장흥사람 조기성 박사의 지구촌 병원짓기
- 작성일
- 2005.11.12 11:23
- 등록자
- 이OO
- 조회수
- 2193
다음은 『월간조선』자매지인『톱클래스』2005년 11월호에 실린 조기성 박사(장흥읍 남동리 출생)에 관한 기사다. 이 기사는 조 박사의 '지구촌 오지에 병원지어주기' 상황을 전하고 있는데, 전문을 다 옮길 수 없어 축약한다.
-------------------------------------------------------------------
◆우리 손으로 지구촌 오지에 병원 100개를 짓겠다.
- 평화의료재단 운영하는 조기성박사
과테말라와 페루, 아르헨티나 대사를 지낸 라틴아메리카 외교의 대부 조기성 박사(69세)는 은퇴한 후 저개발국의 무의촌에 병원 지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꿈은 한국인의 힘으로 전 세계에 100개의 병원을 짓는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지은 병원은 6개국 일곱 군데, 페루와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동 티모르에 지은 병원은 이미 개원해서 운영 중이고 올해 말에 스와질란드와 몽골에서 각각 병원이 준공, 개원한다.
그가 첫 번째 병원을 지은 것은 1993년 페루 대사 재임 시절이다. 페루의 항구도시 카야오에 병원을 지은 후 1994년에는 코마스에 지었다. 코마스의 병원이 위치한 지역은 게릴라와 그 가족들이 살던 곳이다. 당연히 게릴라와 그 가족들도 조 대사가 지은 병원의 신세를 졌다. 그 덕에 1996년 12월 게릴라들이 페루 주재 일본대사관을 불시 점거하고 각국 대사들을 인질로 억류했을 때에도 당시의 한국대사는 쉽게 풀려났다.
조 박사가 젊은 외교관이던 시절, 돌에 맞아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자' 를 메디칼센타(현 국립의료원, 1958년 스칸디나비아 3국의 도움으로 서울에 세워졌다)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한 일이 있었다. 그 일이 알려지면서 소설가 정연희는 "숲에서 나온 여인"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는데, 이때부터 조 박사의 소외되고 빈한한 계층에 대한 의료지원시설 설립의 꿈이 싹텄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그런 그의 꿈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퇴임한 지 8년이 지난 2002년, 그의 나이 예순여섯 부터다.
그가 대사로 재직했던 과테말라 정부가 그의 뜻에 적극 찬동하며 병원 부지를 내놓은 것이다. 위치는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밀림의 오지로서, 빈대 벼룩에 물어 뜯겨 전신이 부어오르고 음식이라고 해봐야 야채를 끓인 국물에다 바나나 한 두 개가 전부였다. 그는 원주민의 집에 방 하나를 얻어 자취를 하면서 인부들과 함께 병원을 짓기 시작했다. 시멘트를 직접 나르고 작업용수를 양동이로 퍼다 날랐다. 어깨가 떨어져 나가는 듯 했다. 부실한 끼니에다 힘에 부친 노동이 계속되다 보니 몸무게가 줄면서 바지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렇게 6개월여 고생한 끝에 건평 100여평의 병원이 준공되던 날, 현지에 도착한 아내는 까맣게 타고 바짝 야위어 몰골이 들어나 있는 남편을 보고 울었다. 그것뿐이었다. 그는 그렇게 고생해서 지은 병원을 현지인들에게 인도해주고는 훌훌 과테말라를 떠났다. 이제 그 병원은 현지인들의 책임 하에 운영될 것이다. 즉 그 나라가 부지를 제공해주면 조 박사는 병동을 짓고 의료시설을 갖춘 다음에 그 병원을 그 나라에 기증해서 그 나라가 운영하도록 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런 일이 각 나라의 여러 오지에서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는 일에 파묻혀 산다. 당장 필립핀, 라오스, 베트남, 요르단, 모리타니아, 콩고, 잠비아, 남아공등 10여개 나라에서 병원을 지어 달라 하고 있다. 문제는 돈인데, 다행히도 병원건립기금을 지원하거나 매달 1만 원 이상씩 후원금을 내는 회원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 그렇게 모은 돈으로 필요한 재원을 충당한다. 자식들에게 돈을 물려주는 대신 지구촌 오지에다 병원을 짓고 그 병원에다 자식의 이름을 붙여주는 공직자, 사업가, 독지가들이 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조 박사가 지은 각 병동에는 그 병동의 신축기금을 기증한 사람의 이름이 새겨진다.) 다른 여러 사람은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돕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다.
조 박사가 이 일을 추진하기 위하여 지난해에 설립한 "평화의료재단"에는 유급직원이 한 명도 없다. 사무실도 서너 평에 불과하고 모든 업무는 자원봉사들이 처리한다. 60대 귀부인들도 도시락까지 싸들고 와서 일을 거들고 있다.
"원래 병원을 10개 정도 짓고 나서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 일을 물려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일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돼서 15개 병원 정도는 제 손으로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한민족의 힘으로 전 세계 오지에 100개의 병원이 들어섰을 때,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존경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조박사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