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고향가서 지원장이나 해라
- 작성일
- 2002.05.24 19:48
- 등록자
- 고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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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매일/2002.5.24/ 기자수첩<이옥현기자>
너도 고향에 가서 지원장이나 해라
"너도 고향 가서 지원장이나 해라"
이 말은 50이 넘는 나이에 고향에서 지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진상지법원장이 사석에서 '고향에서 일한니 좋지않느냐'는 동료판사의 말에 농조의 악담으로 했던 말이라고 한다.
최근 장흥에서는 장흥지방법원 개원 이래 처음으로 장흥군의회 의장이라는 최고위 인사를 구속하는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장흥지법에서는 정의장 구속에 대한 실질심사를 했고,김진상 지원장은 평소 존경해왔던 고향의 선배가 지검에서 구속하고 지원에서 실질심사를 하는 광경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왜 내가 고향으로 내려 왔는가?"하며 깊이 후회하고 번민했다고 한다.
취임 당시 그는 직원들에게 법원이 있는지 조차 군민들이 느끼지 못하게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지방지 기자들이 취임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도 부하직원을 통해 자신의 그러한 입장을 전해주고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었다.
사적인 일로 친구와 같이 판사 집무실을 찾았을 때, 오른쪽 팔꿈치가 구멍난 가디건을 걸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오자, 마침 연극협회 회원들과 점심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하는 말이 "후배들에게 밥 한 끼를 대접했더니, 그들이 다시 점심을 산다고 해서 시장통에서 3천원짜리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네들이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하는 것이었다.
팔꿈치가 떨어진 의복을 걸치고 있는 판사, 시장통에서 3천원짜리 점심 식사를 하는 판사, 요즘도 이런 분이 있는가 싶었다.
몇 번밖에 만나지 못했지만, 그분을 뵈올 때마다 형님같이 포근해지면서도 늘 숙연해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선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럽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청련결백한 공직자의 자세를 다시한 번 생각해 보곤 했다.
2002.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