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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서산에 해 솟아 서고 구름이 낮게 난다.
비 온 뒤 묵은 풀 누구 밭이 짙었는가.
두어라 차례 정한 일 매는 대로 매리라.

도롱이에 호미 걸고 뿔 굽은 검은 소 몰고
고동풀 뜯어 먹여 개울가로 내려갈 제
어디서 짐 진 벗님 함께 가자하는고.

김을 매자 김을 매자 긴 이랑 김을 매자.
바래기 여뀌 고랑마다 김을 매자.
쉬 짙어진 긴 사래는 마주 잡아 김을 매자.

땀은 듣는 대로 듣고 볕은 쬘 대로 쬔다.
청풍에 옷깃 열고 긴 휘파람 흘려 불 제
어디서 길 가는 손님 아는 듯이 멈추는고.

행기에 보리밥이요 사발에 콩잎 채라.
내 밥 많을세라 네 반찬 적을세라.
먹은 뒤 한숨 잠이야 너나 나나 다를쏘냐.

돌아가자 돌아가자 해 지거든 돌아가자.
냇가에 손발 씻고 호미 매고 돌아올 제
어디서 소등 위 풀피리 소리 함께 가자 재촉하나.

면화는 세 다래 네 다래 어린 벼 핀 이삭 고운 이삭
오뉴월 언제 가고 칠월이 보름이다.
아마도 하느님 너희 만들 제 날 위하여 만드셨나.

아이는 낚시질 가고 집사람은 절이 채를 친다.
새 밥 익을 제에 새 술을 걸렀어라.
아마도 밥 들여 잔 잡을 때 큰 흥 겨워하노라.

취하는 이 늙은이요 웃는 이 아이로다.
돌린 술잔 막걸리를 고개 숙여 권할 제에
뉘라서 흙 장고 긴 노래로 춤 차례를 미루는가.

자회가 존재 . 위백규 ( 存齋 . 魏伯珪 ) (1655~1721) 관산읍 방촌

아비는 하늘 되고
어미는 땅이 되어
피와 살을 나눠 내어
이 몸이 생겼으니
배에 실어 길러낼 제
수고도 그지없다
짚 자리 앓은 배는
누굴 위해 앓으시며
이들이라 기쁘신가
무슨 일을 보려시고
마른 자리 나를 주고
젖은 자리 옮아가며
나쁜 밥을 덜어주고
오는 잠을 놀라깨어
배고픈가 젖을 주고
추울런가 품에 안아
오줌똥의 내음 맡고
콧물 침물 좋게 보니
천상의 봉인 듯
구름 속의 학인 듯이
앉으면 안으시고
나가면 돌아보고
어떠한 이 사랑이
그다지 깊었던가
세 살에 품에 나고
열 살에 밖에 나가
상할가 염려하고
병 들까 근심하며
파리할까 밥 염려
얼을런가 옷 염려
밤낮을 열두 때를
언젠들 잊을쏘냐
어느덧 장가들어
행여 기쁨 볼랐더니
지 아내 말을 듣고
늙은 사람 쓸 데 없나
제 자식 낳은 후에
사랑이 없단말가
천금 같던 이 한몸이
나온 데를 전혀 잊고
하늘에서 떨어진 듯
땅에서 솟았는 듯
집안의 두 늙은이
큰 짐으로 알아보니
말 그치면 성을 내고
일 그치면 탓을 하니
입는 옷 먹는 밥을
딴 식구로 알든단가
불쌍할사 저 늙은이
눈 어둡고 귀 어두워
남의 누에 귀인 없고
내 몸 주체 할 길 없다
입고먹고 쓸 것을
내 손으로 못하거니
설익은 밥 식은 국에
따슨 맛을 보올런가
묵은 솜 엷은 베옷
바람소리 막을런가
헤염없는 손자들은
지청구는 뭔 일인가
빈대모기 더운 방과
눈서리 찬 구들이
잠못들어 돌아누워
죽기만 원할 때에
며느리 방을 보소
좋은 시절 만났도다
귀동 아들 예쁜 딸을
좌우로 앉혀두고
어이한 웃음소리
그다지도 깊다던가
이경에 못든 잠이
곧이어 닭이 우니
백발이 마주 앉아
어디로 가잔 말인고
짖느니 한숨이요
쏟느니 눈물이라
그래도 날이 새니
세상 마음 다시 들어
오히려 세상 걱정
오히려 손자 사랑
덜어 울사 그 정이야
하늘이 끊을런가
산 것이 우환되고
백 년이 덧이 없어
하루아침 독한 병에
목숨이 끊어지니
그제야 효자 보소
예법이라 울음 우네
명당을 얻어내어
흰 뼈를 묻어놓고
부귀영화를
저 혼자 누리려고
맛난 반찬 좋은 술로
제사로 대접하니
곁의 사람 낯을 보고
하늘이 미워한다
어이하여 좋은 땅에
저 자손 낳으시고
죽어도 편치 못해
이장은 뭔 일인고
어느 덧 인간 일이
차례로 늙어가니
내 부모 전번 일을
내 몸이 당하도다
가련하다 우리 부모
불쌍히 지냈도다
앞엣 것 몰라보니
눈 어둡고 어찌 사나
헛식구 눈칫밥이
배고파 어찌 살꼬
묵음 솜 엷은 의복
추워 어찌 살꼬
눈 위에 헌 보선은
발 시려 어찌 살꼬
빨래 서답 손수할 제
손 아퍼 어찌 어찌 살꼬
파리한 살 뼈 마디
자리 박혀 어찌 살꼬
이 벼룩 빈대 모기
가려워 어찌 살꼬
풋김치 거센 줄기
못 삼켜 어찌 살꼬
굳은 밥 소금국에
못 자셔 어찌 살꼬
자다가 깨고난 뒤
목 말라 어찌 살꼬
콧물 침물 절로 흘러
제 몸 건사 어찌 할꼬
일 못 하고 마주 앉아
무료하여 어찌 살꼬
자나 깨나 작은 방에
심심하여 어찌 살꼬
어슴 새벽 대소변을
급하여 어찌 살꼬
앉으려면 뒤가 없고
걸으려면 앞이 없고
누우면 잠이 없고
안자면 잠이 오니
청산에 계신 무덤
만고에 일어날까
가련토다 우리 부모
불쌍히도 지냈으니
이제야 뉘우친들
다시 얻어 보겠는가
구름같이 날아다녀
서러운 것 넋이로다
갖춰 차려 제사한들
○ 음식 고를런가
꿈에나 뵈오려면
얼굴인들 자세할까
어와 애닯도다
다시금 애닯도다
묽은 죽 풋나물을
정답게 드렸다면
불쌍한 우리 부모
웃고 아니 자셨을까
웃는 낯빛 참뜻으로
한 이태만 뫼셨어도
불쌍한 우리 부모
그다지 원통할까
이제야 뒷날 설움
애닯은들 어찌 하리
생각하면 끝이 없고
잊으려면 한이 없다
사람이라 낯을 드니
내 아니 부끄러울까
이제야 깨달아도
할 일이 턱이 없다
부모의 남은 살붙이
동생형제 뿐이로다
다시금 무사하여
형제조차 불화하면
부모님 맺힌 넋이
눈을 진정 감을런가
내 아내 말을 듣고
내 살붙이 홀대하여
아주머니 삼촌 형제사촌
편편이 원수되면
우리 부모 남은 집이
아주 아니 망할런가
다시금 생각하니
내 몸조심 하오시라
일마다 조심하여
남의 집 말 말시어라
남이 나를 미워하면
선친께 욕이 되니
말씀을 조심하여
남의 험고 마시어라
행실을 조심하여
남과 싸움 마시어라
술먹기 조심하여
광인되지 마시어라
욕심을 조심하여
옳지 않은 탐욕 마시어라
성낼 일 둘러 생각하여
낱낱이 조심할세
내 몸에 욕이 오면
부모의 몸을 더럽히네
내 몸에 때가 가면
부모의 살 상할세라
내 말이 고우시면
남의 입도 고와지고
내 몸을 조심하면
부모에게 칭찬 가리
나는 옳고 남 그른 일
마음에 잊어 두고
아무 때나 싸움되면
죽은 부모 욕 먹이리
살아 생전 못 섬기고
사후조차 욕 먹이면
날 낳은 그 부모가
원통하기 그지 없다
성인도 사람이고
나도 아니 사람인가
사람으로 같이 생겨
저는 어찌 성인 됐고
효자도 사람이고
나도 아니 사람인가
사람으로 같이 생겨
저는 어찌 효자 됐나
아희제까였던들
행여나 미칠 것을
불효자 되온 일을
무슨 일로 이를런고
하늘이 시킨대로
부지런코 조심하여
술 먹기 투전 장기
사람치기 잊으시라
계집 간통 재물 도적
의복 치레 음식 욕심
절절이 참고 참아
이 한몸이 사람되면
내 몸이 절로 높아
남의 눈에 귀인되어
기리는 말 좋은 이름
부모님께 돌아가리
만일에 그리 안해
내몸이 짐승되면
그리 않아 설운 부모
다시금 설움 끼쳐
공산의 두견 소리
우는 것이 그 넋이시라
어와 이 한 몸을
내 몸으로 알지마라
보는 것도 부모의 눈
듣는 것도 부모의 귀
말하는 것도 부모의 입
먹는 것도 부모의 입
손 다리 팔과
머리 수염 가는 털이
낱낱이 부모의 살이라
중하고 중할시고
내라서 조심안해
남의 손에 상하면
배에 실어 낳은 수고
살뜰이도 원통할세
다시금 허망하고
손발을 슬허 놀려
먹을 것 전혀 없어
떠돌다가 굶으시면
부모의 가슴 위에
묵은 풀을 뉘 뽑으리
행세를 조심하고
마음을 곧게 먹어
헛기신좀과 기강을
다쓸어 잡아두면
행여나 우리 부모
넋 있어서 기쁠런가
행여나 하느님도
죄나 아니 주실런가
어와 내 일이야
뉘우친들 미칠쏘냐
가련한 부모 얼굴
다시 볼 길 전혀 없네
순임금과 증삼도
은혜를 못갚았거든
하물며 내 일이야
이룰 리 전혀 없네
밤중에 짖는 눈물
슬퍼한들 무엇하리
행여나 후생 길에
우리 부모 다시 만나
내 몸이 자식 되어
이 한을 푸시소서
황천께 비나이다
다시 부자되옵소서
황천께 비나이다
다시 부자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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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