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고개 아래 야영장
발목이 묻힐 정도로 눈이 쌓였다. 절골로 가는 자드락길은 미끄러웠다. 흰 눈이 어둠의 농도를 묽게 해주고 있었지만 주철은 눈구덩이에 발을 헛디디고 거꾸러지기도 하고 미끄러져 뒹굴기도 했다. 속세를 버리고 새하얀 눈의 세계로 접어든 듯 두렵고 불안했다. 이제 그는 전에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하늘은 검고 우중충했다.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주철은 눈사람처럼 온몸에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주언이란 놈은 왜 하필 이날 밤 이 폭설을 무릅쓰고 험준한 절골엘 갔을까. 주언이는 경찰의 끄나풀이 틀림없다. 절골에 숨어 있는 윤길을 붙잡으러 간 것이다. 그놈은 왜 기어이 조카뻘 되는 윤길이를 제 손으로 붙잡아 넣으려고 갖은 획책을 다하는 것일까.
- 장편소설<아버지와 아들>중의 “겨울 폐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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